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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6년 01월 01일2026년 01월 01일

시그널센트 기묘한 향수 이야기 1 : 향기의 연인 (Signal Scent Perfume Tales : SUGAR ROSE)

🌹 시그널센트

— 향기신호를 보내다

​

Signal Scent Perfume Tales : SUGAR ROSE

​

💌 향기의 연인

서울 한켠의 오래된 골목길,

낡은 골동품 가게들 사이에 작은 향수 공방이 하나 있었다.

​

간판조차 바래어 그 이름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,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종종 발걸음을 멈췄다.

이유는 단 하나ㅡ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달한 장미향 때문이었다.

​

그 향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.

그리움, 첫사랑, 혹은 이름 모를 설렘을 떠올리게 했다.

 


 

그곳의 주인, 연서는 향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.

그녀가 만드는 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.

그녀는 단순히 향료를 섞는 조향사가 아니라, 향 속에 기억을 담는 사람이었다.

​

연서의 공방엔 이런 말이 적혀 있다.

​

“ 기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.

다만 향이 되어, 다시 신호(signal)를 보낼 뿐입니다. ”

​

그녀의 향수는 모두 사람의 기억 조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.

의뢰인이 가져온 물건 — 오래된 편지, 낡은 손수건, 헤어진 연인의 반지 —

그 안에 스민 향을 추출해 향수를 완성했다.

​

잊혀진 순간들, 그 안에 스며든 향을 분석해

‘기억의 신호’를 복원하고, 그것으로 향수를 만든다.

그녀의 향수는 단 하나의 법칙을 따른다.

​

“진심으로 그리워하는 사람만이 향기의 신호를 느낄 수 있다.”

​


​

​

그날 밤, 공방 문이 열렸다.

낯선 남자가 들어왔다.

회색빛 눈동자, 왼손엔 금이 간 유리병 하나.

​

“당신이 Signal Scent의 조향사입니까?”

그는 낮게 물었다.

“이 향을… 되살릴 수 있을까요?”

​

연서는 병을 받아들었다.

병 안엔 말라버린 장미 한 송이와

설탕 결정처럼 하얗게 굳은 가루가 들어 있었다.

​

그녀가 병을 여는 순간,

순식간에 달콤하고 묘한 향기가 퍼졌다.

​

그건, 분명…

그녀가 알고 있는 향기였다.

​

기억이 번쩍 떠올랐다.

빛, 웃음, 장미, 그리고…

한 남자의 손.

​

“Sugar Rose.”

그녀가 속삭였다.

“이 향의 이름은 Sugar Rose예요.”

 

남자는 고개를 들었다.

“기억나시나요?”

 

“이 향은… 내가 만든 첫 향수예요.”

 

“그리고 나의 마지막 숨결이 담긴 향이기도 합니다.”

​


​

연서의 눈이 흔들렸다.

그는 십 년 전 불길 속에서 사라진, 그녀의 연인이었다.

그녀는 그 사고 이후, ‘사랑’을 기억하지 못했다.

대신 ‘향’만 남았다.

그 향이 바로 Sugar Rose.

​

남자는 조용히 말했다.

​

“그날, 당신은 내게 말했죠.

사랑은 언젠가 사라져도, 향은 남을 거라고.”

​

그는 병을 연서에게 내밀었다.

​

“이건 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신호입니다.

Signal Scent의 법칙대로라면,

이제 그 신호가 당신에게 도착했을 거예요.”

​


​

연서는 향수를 열었다.

순식간에 공방 안이 분홍빛 장미향으로 물들었다.

달콤한 설탕 냄새와 섞여 온 세상이 흐릿하게 빛났다.

​

그 순간, 그녀의 머릿속에 잊어버린 기억들이 폭발하듯 흘러들었다.

​

— 장미꽃잎 위에 설탕을 뿌리며 웃던 두 사람.

​

“우리의 향은 달콤해야 해. 그래야 영원히 잊지 못할테니까.”

​

그의 손끝에 닿았던 따뜻한 체온.

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말.

​

“언젠가 향으로 돌아올게.

그러면, 그 향이 나라는 신호일 거야.”

​

눈을 떴을 때,

그는 사라지고, 향기만 남았다.

​

‘Sugar Rose.’

달콤하지만 어딘가 슬픈 향기.

​

연서는 병을 꼭 쥐었다.

​

“이제 알겠어요.

당신은… 향이 되어 돌아온 거군요.”

 


​

며칠 뒤, Signal Scent의 진열장 한가운데

새로운 향수 하나가 놓였다.

​

〈Sugar Rose〉

— The Signal of Lost Love.​

​

누군가가 그 향을 맡으면

잠시 멈춰 선다.

그리고 낮게 중얼거린다.

​

“이 향, 이상하게 익숙하네요.

누가 나를 부드럽게 부르는 것 같아요.”

​

연서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미소 지었다.

​

그녀는 안다.

그건 단순한 향이 아니라,

어딘가에서 아직 이어지는 사랑의 신호라는 걸.

​


​

밤이 내리고,

공방의 불빛이 꺼질 무렵,

연서는 혼자 향수병을 열었다.

​

달달한 장미향이 공기를 채운다.

그녀는 눈을 감고 속삭였다.

​

“Sugar Rose. 나도 들었어요.

당신의 신호를.”

​

공기 중에 희미한 목소리가 스쳤다.

​

“그럼, 나도 안심이야.

내가 향기로 남은 이유는

결국, 당신에게 닿기 위해서였으니까.”

​

공기 속에 분홍빛 장미 향이 천천히 번져갔다.

연서는 향수병을 품에 안고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.

​

눈을 감자,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.

​

그녀는 잊고 있었다 — 사랑이 어떤 온도였는지,

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.

​

그의 목소리는 이젠 들리지 않았지만,

향기 속엔 그가 남긴 감정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.

​

달콤하고 부드럽게, 가슴 한가운데로 스며드는 그 향은,

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마음을 살며시 깨웠다.

​

“이젠 알 것 같아요.”

​

연서는 낮게 속삭였다.

​

“당신이 남긴 신호는, 나에게 사랑을 다시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었군요.”

​

공방 안은 여전히 Sugar Rose의 향기로 가득했다.

​

하지만 그 향은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.

그리움 대신 따뜻함이, 이별 대신 시작이 남았다.

​

연서는 향수병을 진열장 한가운데 올려두었다.

​

그 옆에는 조용히 적힌 문장 하나.

​

‘Sugar Rose

— Love begins again.’

​

그녀는 문을 열고 골목길로 나섰다.

밤공기 속으로 퍼지는 달콤한 장미 향이 발끝을 감쌌다.

​

그 향은 이제, 과거의 신호가 아니라

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된 사람의 향기였다.

​

연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.

​

“이제야 이해했어요. 사랑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,

때로는 잠들어 있다가… 다시 향으로 피어나는 거였네요.”

​

그리고 그 순간, 바람이 불었다.

분홍빛 장미 향이 부드럽게 흩날리며,

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속삭였다.

​

“사랑의 세계로 돌아간 걸 축하해. 연서야.

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길.”

​

 

<끝>


​

기묘한 향수 이야기

(Signal Scent Perfume Tales) 시리즈는

모든 향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

(Every Scent Holds a Memory) 라는 주제로

시그널센트의 향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.

​

>> Tales no.1 : 슈가로즈 – 향기의 연인 ​

Tales no.2 : 마린허브 – 심해의 기록 (Story Coming Soon)

Tales no.3 : 젠틀우드 – 고요의 숲 (Story Coming Soon)

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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